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3)

차동영의 唐詩 시리즈 ③ 詩聖 杜甫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3)

 

두보 시 33수

있는 자여! 없는 자에게 베풀 순 없을까

一 首

茅屋爲秋風所破歌

초가집이 가을바람에 부서지는구나!

八月秋高風怒號, 捲我屋上三重茅。

茅飛度江灑江郊, 高者挂罥長林梢, 下者飄轉沈塘坳。

南村群童欺我老無力, 忍能對面為盜賊。

公然抱茅入竹去, 脣焦口燥呼不得, 歸來倚杖自歎息。

俄頃風定雲墨色, 秋天漠漠向昏黑。

布衾多年冷似鐵, 嬌兒惡臥踏裏裂。

床頭屋漏無乾處, 雨腳如麻未斷絕。

自經喪亂少睡眠, 長夜霑溼何由徹!

安得廣廈千萬間, 大庇天下寒士俱歡顏, 風雨不動安如山!

嗚呼! 何時眼前突兀見此屋, 吾廬獨破受凍死亦足!

팔월의 가을 하늘 높은데 바람은 성난 듯 포효하더니,

우리 집 지붕 위 세 겹의 띠를 말아 올려 버렸네.

띠 지붕 날아가 강기슭 언덕 가에 흩어지는데,

높은 건 큰 숲의 가지 끝자락에 걸려있고,

낮은 건 바람에 휘돌며 물웅덩이에 빠져 버렸네.

남촌의 많은 아이들 내가 늙고 힘없음을 깔보고,

뻔뻔스럽게도 내 보는 앞에서 도적질을 해대네.

보란 듯이 띠 이엉 안고 대나무 숲으로 사라져도,

입술이 타고 입이 말라서 소리조차 지를 수 없어,

돌아와 지팡이에 기대며 스스로 탄식할 뿐이네.

잠시 뒤 바람은 멎고 구름은 어둡게 변하더니,

가을 하늘 쌀쌀하고 저녁 무렵 되니 어두워지네.

베로 만든 이불 여러 해 지나니 차갑기가 쇠와 같고,

개구쟁이들 나쁜 잠버릇으로 걷어차 속이 다 찢겼네.

침상마다 집이 새어 마른 곳이 없고,

빗발은 세차게 내려 아직 그칠 줄을 모르네.

내 난리를 겪은 뒤로는 잠마저 줄어들었으니,

긴 밤 흠뻑 젖어 무슨 수로 지새울까?

(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어이하면 천 칸 만 칸이나 되는 넓은 집구하여

천하의 가난한 선비들 모두 기쁘게 할 수는 없을까?

비바람 몰아쳐도 끄떡없는 산처럼 말이다!

아아! 어느 때 눈앞에 우뚝 솟은 이러한 집을 볼 수 있을까?

내 오두막이야 홀로 부서지고 얼어 죽는다 할지라도….

◇배경

761년 가을, 두보가 50세 될 때 성도의 완화초당(浣花草堂)이 가을바람 때문에 띠로 이은 지붕이 날아간 것을 노래하였다. 내 비록 가진 거 없어도 나보다 더 못한 사람 다 품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엿볼 수 있다. 확실히 위대한 시인은 위대한 사상을 품고 있다.

◇어휘

茅屋(모옥):띠풀로 엮은 집. 초가집.

秋高(추고):가을 하늘이 높음. 가을이 한창임.

怒號(노호):울부짖음. 성이 나서 고함침.

三重茅(삼중모):세 겹으로 된 띠지붕.

洒江郊(쇄강교):강가에 흩어지다.

掛羂(괘견):얽히어 걸리다.

塘坳(당요):물웅덩이.

唇焦(순초):입술이 타다.

俄頃(아경):이내. 조금 있다가.

雨脚如麻(우각여마):빗발이 삼대 같음.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다.

何由徹(하유철):어찌 밤을 새우리오?

安得(안득):어찌하면~할 수 있을까?

大庇(대비):감싸다. 가리다. 덮다.

寒士(한사):가난한 선비. 신분이 낮은 사람.

突兀(돌올):우뚝 솟은 모양.

吾廬(오려): 내 초가집.

◇해설

음력 팔월, 하늘도 높은 한가을에 갑자기 바람이 성난 듯 울부짖더니 우리 집 세 겹 띠지붕 말아 날려 버렸다. 띠는 멀리 날라 강 건너 물가에 흩뿌려져 높은 것은 긴 수풀 나뭇가지에 높게 걸려있고, 낮은 것은 바람에 휘날려 연못가 웅덩이에 빠져 버렸다.

남쪽 마을의 아이들은 늙고 힘없는 나를 깔보고 내 눈앞에서 보란 듯이 띠를 안고 대숲으로 사라진다네. 입술이 타고 목이 마르도록 소리쳐도 듣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돌아와 지팡이에 의지한 채 한탄만 할 뿐이네.

얼마 후 비바람은 멎고 구름이 검게 변하더니 가을 하늘은 막막하게 어둠에 잠겨버리네. 오래된 무명이불은 차갑기가 쇠와 같은데, 그나마 개구쟁이 녀석의 잠버릇으로 속이 갈기갈기 찢어졌다네. 지붕이 새어 침상 마다 어디 하나 마른 곳 없는데도 쏟아지는 빗발은 그칠 줄 모르고 있네.

내가 난리를 겪은 후엔 항상 잠도 모자라는데 이 기나긴 밤을 젖은 몸으로 어찌 지새운단 말인가?

어찌하면 천 칸 만 칸 되는 큰 집 지어 천하의 궁핍하고 집 없는 선비들을 모아 함께 마주 보며 기쁘게 웃는 낯을 볼 수 있을까? 비바람에도 산처럼 끄덕 않는 그런 편안한 집 말이다.

아아, 어느 때나 눈앞에 우뚝 솟아 있는 이런 집이 나타나리. 그렇게 만 되면 내 움막 정도는 홀로 부서지고 내가 얼어 죽어도 여한이 없을 텐데….

安得廣廈千萬間, 大庇天下寒士俱歡顏, 風雨不動安如山!

嗚呼! 何時眼前突兀見此屋, 吾廬獨破受凍死亦足!

언제 천만 칸을 지어 세상의 모든 집 없는 사람을 품을 수 있을까? 비록 내 집은 부서져 없을지라도… 과연 천하의 명구이다.

지금 당장 내 집도 비바람에 날려가는 지경인데도 천하의 못 사는 사람들 걱정만 하고 있으니… 두보가 이러한 생각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없는 자와의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가난뱅이는 자신만이 아니기에 혼자만의 슬픔과 괴로움을,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려 한다. 그는 천하의 못사는 사람들 모두 덮어줄 천만 칸짜리 집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인이다. 사회의 불공평한 현실에 고통 받는 사람이 비단 자기뿐이 아닌 백성들의 삶이기에 이러한 고통을 승화시켜 위정자들에게 일종의 경종을 울리고자 하였다. 위대한 사상은 위대한 시인에게서 나온다. 그래서 두보가 더욱 위대한 시인이다. 지금의 위정자들이 배워야 할 두보의 위대한 사상이다.

일천사백년이 지난 오늘날도 위정자들은 때만 되면 국민, 국민, 국민, 아예 국민을 입에 달고 사는데 과연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진정 누구인가? 어느 국민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국민 부류도 여럿인가? 어찌하여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것인가? 국민은 결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중국 역사서 사기를 지은 사마천이 말한다. “가장 못난 정치는 국민

과 싸우는 정치”라고.

◇ 명구

安得廣廈千萬間, 大庇天下寒士俱歡顏, 風雨不動安如山!

嗚呼! 何時眼前突兀見此屋, 吾廬獨破受凍死亦足!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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