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상, 형식보다 마음으로
추석상 차리는 법

음력 8월 15일, 추석이 또 다가온다. 추석은 흔히 한가위나 중추절로도 부르는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배, 가윗날 등의 이름도 있다. 보통 기제사(忌祭祀)는 늦은 밤에 지내지만 명절 제사는 아침에 장남이나 종손의 집에서 지낸다. 제수(祭需)와 절차는 기제에 따르지만 무축단작(無祝單酌)이라 해서 축문이 없고 술은 한 잔만 따른다. 추석의 차례상에는 햇곡식이나 햇과일 등 그해 새로 나온 식품과 송편을 올린다. 대한민국 최대 명절인 추석의 기본적인 차례상에 대해 알아본다.
제수의 종류
제수는 제사에 쓰이는 여러 가지 재료를 말하며, 제찬(祭粲)이라고도 한다. 보통 고춧가루와 마늘은 사용하지 않는다. 제수는 지방 또는 집안에 내려오는 풍습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형식이나 가짓수에 치우치기보다 형편에 맞도록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제수는 기제상에 준하면 되는데, 다만 밥 대신 송편을 준비한다. 집안에 따라서 차례상엔 탕(국)을 빼거나 편(떡)을 제외시키기도 한다.
• 메=밥을 뜻한다. 추석 차례상엔 밥 대신 송편을 수북이 담아 올린다.
• 편=떡을 의미한다. 차례상엔 송편을 올리기 때문에 편을 놓지 않아도 된다.
• 갱=탕국을 말한다. 보통 쇠고기와 무, 두부를 깍둑 썰어 끓인다. 집안에 따라 추석 차례상은 밥이 올라가지 않는 상이라고 해서 국을 빼기도 한다.
• 탕=밥 옆에 국으로 올리는 갱과 달리 건더기만 건져서 수북하게 담는 것을 말한다. 탕 수는 1, 3, 5 등 홀수로 올린다. 3탕의 경우 재료는 고기, 생선(주로 북어), 무나 당근 등이 있고 간소하게 할 땐 고기 한 가지만 올리기도 한다. 집안에 따라 홍합이나 대합을 넣는 경우도 있다.
• 적=일종의 구이. 보통 고기, 생선, 닭 등의 3적을 사용한다. 고기는 산적용으로 큼직하게 준비해 양념해서 굽는다. 생선은 조기를 많이 쓰는 편이다. 닭은 한 마리를 통째로 준비해 굽기보다는 찜을 해서 올린다. 어적(생선적)을 제기(祭器)에 담을 땐 동두서미(東頭西尾)라 해서 머리가 동쪽으로 가게하고 꼬리는 서쪽을 향하도록 놓는다.
• 전=제전은 보통 두부, 호박, 생선, 고기 등을 기본으로 사용하는데 두부는 빠지지 않는 재료다. 그 외에 버섯전을 준비하기도 한다. 제기에 담을 땐 길이를 반듯하게 맞춰 잘라 담는다. 두부는 보통 1㎝ 두께로 큼직하게 썰어 부치며, 다른 전과 섞지 않고 따로 담는다. 다른 전은 한 가지씩 따로 담기도 하고 몇 가지 종류를 섞어 올리기도 하는데, 적을 담을 그릇 수와 합쳐 홀수가 되게 놓는다.
• 숙채=익힌 나물.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등의 삼색 나물을 담는다. 한 그릇씩 따로 담기도 하고 어울려 담기도 한다. 고춧가루는 사용하지 않는다.
• 침채=김치를 뜻한다. 하얀 물김치나 동치미를 올리는데, 건더기만 건져 소복하게 담는다.
• 포=안주. 북어포, 육포, 문어포를 주로 사용한다.
• 혜=식혜를 담는데 밥알 건더기만 건져 소복하게 담는다.
• 과일=생실과와 대추, 곶감, 밤, 사과, 배, 약과, 산자, 다식 등을 올린다. 가짓수는 집안마다 다르기 때문에 형편에 맞춰 준비한다. 홀수로 담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과일은 홍동백서(紅東白西)나 조율이시(棗栗梨柿) 등 진설방법에 있어 의견이 제각각이므로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따르면 무난하다. 밤은 껍데기를 벗기고 가장자리를 모양 있게 쳐서 담고, 사과와 배는 위아래만 잘라내고 담는다.
진설 방법
진설(陳設)이란 제사에 사용하는 제수를 제사상에 배열하는 것을 말한다. 진설 방식 역시 지방마다 혹은 가문의 전통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집집마다 나름대로의 제사 지내는 법을 존중해야 한다. 이를 ‘가가례(家家禮)’라고 한다. 동서 구분은 제주가 제상을 바라볼 때 오른 쪽을 동, 왼쪽을 서라 한다.
•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둔다.
• 조율이시(棗栗梨柿)=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 순서로 둔다.
• 생동숙서(生東熟西)=김치는 동쪽에, 나물은 서쪽에 둔다.
• 좌포우혜(左鮑右醯)=포는 왼쪽에, 젓갈은 오른쪽에 둔다.
• 어동육서(魚東肉西)=생선은 동쪽에, 고기는 서쪽에 둔다.
• 두동미서(頭東尾西)=생선의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한다.
• 건좌습우(乾左濕右)=마른 것은 왼쪽에, 젖은 것은 오른쪽에 둔다.
• 반좌갱우(飯左羹右)=메(밥)는 왼쪽에, 국은 오른쪽에 둔다.
• 남좌여우(男左女右)=남자는 왼쪽에, 여자는 오른쪽에 선다.
신주와 지방
제사상엔 조상의 신체로 여기는 신주(神主)와 지방(紙榜)을 모신다. 신주는 지체 높은 가문에서나 볼 수 있고 일반적으로 지방을 사용한다. 지방은 ‘가주(假主)’라 해서 한지에 먹으로 쓴다. 세로 22㎝, 가로 6㎝ 정도면 된다. 돌아가신 분이 벼슬을 하지 않았으면 ‘학생부군(學生府君)’이라 쓰고, 벼슬이 있었다면 관직명을 쓴다. 부인은 남편의 벼슬에 따라 ‘정경부인’ 등의 호칭을 쓴다. 제사가 끝나면 지방은 태워버린다. 요즘 신주는 거의 사라지는 추세이며 지방 또한 사진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을 사용해도 과거처럼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 등의 까다로운 문구보다 ‘아버님 신위’ 등으로 쉽게 쓰는 것을 권하는 추세다.
추석 차례상
차례상은 지방 또는 가정의 전통에 따라 순서나 제수를 놓는 위치 등에 다소 차이가 있다. 추석 차례상엔 원래 메(밥) 대신 송편만 올리지만 밥과 송편을 함께 진설하는 경우도 있다. 차례상은 방위(方位)에 관계없이 지내기 편한 곳에 차린다. ‘예절의 동서남북’이라 해서 지방(신위)을 모신 곳이 북쪽이며, 제주가 상을 바라봤을 때 오른쪽이 동쪽이다. 차례 절차는 기제사에 따르지만 술은 한 번만 붓고 축문은 안 쓰는 경우가 많다.
남녀 자손이 함께 차례를 지낼 땐 남자는 동쪽, 여자는 서쪽에 자리한다. 절을 할 땐 제사와 반대로 남자는 왼손,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게하며, 남자는 재배, 여자는 4배를 올린다. 기독교 신자는 무릎 꿇고 어른의 명복을 빈다.
차례 상 차리기
• 지방이 있는 쪽부터 첫 줄엔 시접(숟가락 담는 대접), 잔반(술잔, 받침대)을 놓고 메를 올린다.
• 둘째 줄엔 적과 전을 놓는데 어동육서라 해서 생선은 오른쪽, 육류는 왼쪽에 진설한다. 육적(구운 고기), 소적(두부 부친 것), 전(기름에 부친 것), 어적(생선 구운 것)을 놓는다. 이때 생선의 머리는 오른쪽을 향하게 한다.
• 셋째 줄엔 고기탕, 생선탕, 두부탕 등의 탕류를 놓는다.
• 넷째 줄엔 좌포우혜라 해서 왼쪽에 포, 오른쪽에 식혜를 놓는다. 왼쪽부터 포, 나박김치, 삼색나물, 간장, 식혜 순으로 올린다.
• 다섯째 줄엔 조율이시 원칙에 따라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곶감 등의 과일과 약과, 강정을 진설한다. 홍동백서의 원칙을 따를 경우 붉은 과일인 사과는 오른쪽에 놓는데, 대추를 오른쪽에 놓기도 한다.
추석 전통 제례 순서
• 영신(迎新)=먼저 대문을 열고 병풍을 친다. 신주, 지방 또는 조상의 사진을 모신다.
• 강신(降神)=조상의 영혼을 맞는 의식으로 제주가 향을 피우는 일이다. 집사자가 강신 술잔을 주면 제주는 그것을 모사(茅沙․그릇에다 모래를 담은 것) 위에 3번 나눠 붓는다. 집사자는 술잔을 받아 제자리에 두고 제주는 두 번 절한다.
• 참신(參神)=모든 참석자가 일제히 2번 절한다.
• 음복(飮福)=참석자들이 한 자리에 앉아 제주(祭酒)를 나눠 마시는 일이다. 음복을 끝내기 전에 제복(요즘에는 양복을 입는다)을 벗거나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
고구려 2대왕인 유리왕 때 시작
추석의 유래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고구려 제2대 왕이었던 유리왕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리왕은 백성들이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 ‘도솔가’를 지어 부르게 했고, 여러 산업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가 일으킨 산업 중 유명한 한 가지가 바로 ‘길쌈’이다. 유리왕은 길쌈 장려를 위해 6부(府)의 부녀자들에게 내기를 시켰다. 우선 6부의 모든 부녀자들을 두 패로 나누고 궁중의 왕녀 두 사람을 뽑아 각각 두 패를 거느리게 한 다음, 해마다 7월부터 한 달 동안 베를 짜게 하고선 8월 보름이 되면 어느 편이 더 많이 짰는지 심판했다. 유리왕과 왕비를 비롯한 궁중의 관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유리왕이 판결을 내리면 이긴 편은 환성을 지르며 덩실덩실 춤을 췄고, 진편은 별미 음식을 마련해 이긴 편을 대접했다. 맛있는 송편, 기름에 지진 고기, 전 등 갖가지 별식과 밤, 대추, 머루, 다래, 배 등을 푸짐하게 마련하고, 양쪽 편은 모두 둥그런 원을 그리며 둘러앉아 함께 먹으며 노래와 춤을 즐겼다. 어두워지면 하늘엔 둥근 달이 떠오르고, 갖가지 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밤을 보냈다. 서라벌에선 이날 8월 15일을 ‘가배’라 일컬었는데, 이것이 ‘한가위’라는 신라의 큰 명절이 돼 계속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오늘날엔 한 해 동안 농사한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에게 감사하는 차례를 지내고, 달맞이하면서 여러 민속놀이를 즐긴다.
차례 후 남은 음식으로 뭘 해먹을까?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 중 하나인 추석. 조상에게 바칠 음식을 정성 들여 마련했지만, 잠깐 동안의 차례가 끝나면 남은 음식들은 걱정거리로 변한다. 주로 남은 음식들은 친척들끼리 나누지만 집에 가져오면 식어 뻣뻣해지기 일쑤다. 다시 데워 먹기도 그렇고 버리기에는 아깝다. 그렇다면 차례음식으로 별미 음식을 만들어보자.
◇나물만두
*밀가루, 뜨거운 물, 식용유, 돼지고기, 두부, 차례 지내고 남은 나물, 다진 생강, 마늘, 소금
ⓛ 채친 밀가루에 뜨거운 물 6큰 술, 소금 1작은 술, 식용유 1큰 술을 넣고 익반죽을 한다.
② 두부는 물기를 짜서 으깨어 두고, 갈아놓은 돼지고기에 마늘, 생강, 후추를 넣고 잘 섞어둔다.
③ 추석 때 남은 나물들을 잘 다진다. 나물에는 마늘도 들어 있고 소금간도 다 돼 있어 따로 간을 할 필요는 없다.
④ 준비해 둔 고기와 두부, 나물을 잘 섞어 만두소를 만든다.
⑤ 만두피에 만두소를 넣고 적당한 크기로 예쁘게 빚어 찜통에서 쪄낸 다음 초간장과 함께 먹는다.
◇돌솥비빔밥
*차례 지내고 남은 나물, 참기름, 상추, 계란, 통깨, 뚝배기
ⓛ 상추는 채를 썰고, 계란은 뚝배기의 크기에 맞게 프라이를 해둔다.
② 뚝배기에 참기름을 골고루 펴 바르고 그 안에 밥을 넣어 밥이 따뜻해질 때까지 가열한다.
③ 밥이 따뜻해지면 그 위에 나물을 골고루 얹어 주고 채를 썰어 상추를 보기 좋게 얹는다.
④ 뚝배기 맨 위에 계란프라이와 통깨로 장식하면 돌솥비빔밥이 완성된다.
◇닭계장
*닭봉 10개, 도라지볶음 100g, 고사리볶음 100g, 대파 2줄기, 마늘 3개, 생강 1개, 갖은 양념(고춧가루 3큰 술, 마늘 1큰 술, 생강 2작은 술, 간장 2큰 술, 참기름 1큰 술, 소금과 후추 적당량)
ⓛ 물을 넉넉하게 끓인 후 닭봉을 넣는다. 대파는 흰 뿌리 부분만 잘라 얇게 저며 썬 다음 마늘, 생강과 함께 넣고 끓인다. 끓일 때 생기는 거품은 걷어낸다.
② 닭봉이 익으면 건져 식힌 후 살을 잘게 뜯고, 국물은 고운 망에 걸러 닭계장 육수로 쓴다.
③ 고사리볶음과 도라지볶음을 준비한다.
④ 대파의 파란 부분을 5㎝ 길이로 잘라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궈 건진다.
⑤ 고춧가루에 닭 육수를 넣어 불린 후 적당량의 마늘, 생강, 참기름, 후춧가루, 소금을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
⑥ 넓은 뚝배기에 닭살, 고사리, 대파를 넣고 준비된 양념을 무쳐 끓는 닭 육수에 넣고 끓인다.
◇나물고로케
*감자 2개, 찬밥 1그릇, 차례에서 남은 나물 100g, 햄 40g, 달걀, 밀가루, 빵가루, 식초 2큰 술, 설탕 2큰 술, 소금 1작은 술
ⓛ 감자는 삶아서 잘게 으깨어 놓는다.
② 찬밥에 식초와 설탕, 소금이 골고루 섞일 수 있도록 잘 혼합한다.
③ 차례에서 남은 나물과 햄을 잘게 썬다.
④ 2번과 3번을 잘 섞어 한 입 크기로 빚은 후 여기에 밀가루, 달걀 빵가루를 입혀 180℃에서 튀긴다.
◇나물춘권
*차례에서 남은 나물(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취나물) 100g, 햄 50g, 춘권피 10장, 식용유
ⓛ 햄과 각종 나물은 각각 4㎝ 길이로 썰어둔다.
② 춘권피는 마름모꼴로 놓고 그 위에 미리 썰어둔 햄과 나물을 적당히 올린 후 양옆을 말아준다.
③ 달군 튀김기름에 2번에서 준비한 춘권을 넣고 노릇하게 튀긴다.
④ 튀긴 춘권을 접시에 담고 슈거파우더를 뿌려 마무리한다.
◇찬밥전
찬밥 4공기, 달걀 2개, 차례에서 남은 각종 나물, 소금, 후추, 다진 마늘, 식용유
ⓛ 달걀을 깨뜨려 고루 풀어놓는다.
② 1번에서 준비한 달걀 물에 밥과 각종 나물을 잘게 썰어 다진 마늘과 함께 넣고 골고루 섞어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③ 팬을 달군 후 식용유를 두르고 2번에서 준비한 재료를 한 숟가락씩 떠놓아 노릇하게 부친다. 중간 불에서 서서히 부쳐야 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