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24)

차동영의 唐詩 시리즈 詩聖 杜甫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24)

 

두보 시 33수

있는 자여! 없는 자에게 베풀 순 없을까

 

6장

제발 전쟁아, 멈추어다오!

三 十 三 首

 

羌村 第一首

강촌에서

 

崢嶸赤雲西, 日脚下平地。

柴門鳥雀噪, 歸客千里至。

妻孥怪我在, 驚定還拭涙。

世亂遭飄蕩, 生還偶然遂。

隣人滿墻頭, 感嘆亦歔欷。

夜䦨更秉燭, 相對如夢寐。

 

살아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서녘 하늘 불그레 물들인 구름 사이로,

햇살이 길게 땅에 내리꽂히고 있네.

사립문에서 참새들 지저귀더니,

천리 밖을 떠돌던 나그네 돌아왔네.

처자식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다가,

놀라움 가라앉자 마침내 눈물 쏟아내네.

어지러운 세상 만나 여기저기 떠돌다가,

살아서 돌아왔으니 마치 우연이랄 수밖에.

이웃 사람들 담장 넘어 빼곡히 머리 내밀며,

감격하고 탄식하며 훌쩍훌쩍하네.

밤이 깊도록 촛불 밝히고,

서로 마주 앉아 있으니 마치 꿈만 같구나.

배경

숙종(肅宗) 지덕 2년(757) 가을, 부주에 도착했을 때 지은 것이다. 이 당시 반란군과 싸운 공로로 지덕 2년 5월에 좌습유(左拾遺)로 임명되었으나 자신의 소신을 간(諫)하는 바람에 숙종의 노여움을 샀다. 그리하여 숙종의 두보를 향한 미움이 가족을 찾아보라는 명(命)으로 조정을 떠나게 했다. 두보는 그해 8월 초순에 부주(鄜州) 삼천(三川)의 강촌(羌村)으로 내려가 가족과 상봉하게 된다. 두보는 헤어져 지내던 어려웠던 날들을 회고(回顧)하며 떠오르는 만감(萬感)을 강촌(羌村)이란 제목의 시(詩) 3수로 묘사하였다.

 

어휘

羌村(강촌) 부주(鄜州)의 마을 명(名). 두보 가족이 피난해 살던 곳.

崢嶸(쟁영) 가파를 쟁. 가파를 영. 산이 높고 험한 모양. 여기서는 구름을 형상화하고 있음.

柴門(시문) 섶 시. 사립문.

噪(조) 떠들썩할 조. (새나 벌레가) 우짖다. 지저귀다.

歸客(귀객) 두보 자신.

妻孥(처노) 처와 자식.

拭涙(식루) 닦을 식. 눈물 루.

遭(조) 만날 조.

飄蕩(표탕) 이리저리 떠돎.

歔欷(허희) 흐느낄 허. 한숨 쉴 희. 한숨 쉬며 흐느껴 울다. 한숨짓다. 훌쩍 거리다.

夜䦨(야란) 가로막을 란. 늦을 란. 밤이 깊음. 깊은 밤(야심, 夜深).

 

해설

“이별 뒤에는 만남이 존재하고 만남 뒤에는 이별이 존재한다.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도 말한다. 다시는 살아서 만날 수 없는 이별이 있고, 다시는 인연의 끈이 없을 듯했는데 다시 만나는 인연이 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기본적으로 부부의 만남을 근간으로 한다. 피할 수 없는 상황 에서 헤어져 그 생사를 알 수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어떠한 생각이 먼저 떠오르겠는가?

이 시는 두보가 안사의 난을 피해 가족과 헤어졌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해 집으로 돌아온 정회를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살아 돌아온 본인보다 주위 사람의 반응을 사실적으로 표현, 재회의 기쁨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한편 그 재회의 기쁨을 표현하면서도 인생에 대한 깊은 작가의 성찰이 시 곳곳에 녹아 있다.

시의 시작에서는 서쪽 하늘에 드높은 붉은 구름과 햇발이 평원을 비추고 있음을 묘사하여 귀환의 상서로움을 암시하였다. 이어 사립문 가에 새들이 지저귀더니 이윽고 천리 먼 길을 찾아온 손님을 등장시킨다.

손님이란 작가 자신을 말하는데, 세월이 흘러 가족조차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극적 상봉의 현실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처자식은 내가 눈앞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다가, 마음이 진정되고서야 기쁨의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세상 난리 통에 죽었을 것이라 믿었던 사람이 부평초처럼 떠돌다가 살아 돌아왔으니 시인의 말처럼 이것이야말로 우연이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찌 인생이 우연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랴. 간절한 소망이 이러한 우연을 가장하여 행운으로 다가선 것이리라. 아울러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고 돌아온 작가를 염려와 대단함으로 바라다보는 동네 사람들의 시선에 서는 따뜻한 인간애가 묻어난다.

끝으로 현실 속에 마주 앉은 두 부부는 밤이 다하도록 끝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하염없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만단정회(萬端情懷)를 꿈속처럼 느끼고 있으니 어떠한 설명이 더 필요하랴….” (강원도민일보 2005. 7. 26. 두 보의 강촌羌村 발췌)

이 시에서 압권은 “처노괴아재, 경정환식루(妻孥怪我在, 경정환식루:처자식들이 돌아온 나를 이상하게 보더니 놀라움 그치고 눈물을 닦는다)”는 구절로 전란으로 인한 서민들의 참담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문에 들어서는 두보의 모습을 보고 꿈인지 생시인지 놀라 숨을 멈추는 가족들, 그립던 가족을 상봉(相逢)하며 기쁨에 눈물만 흘리고 서 있는 정경(情景)을 그리는 이 시는 서사적(敍事的)이지만 참담한 전란으로 가족의 이별과 상봉, 슬픔과 감격을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명구

妻孥怪我在, 驚定還拭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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