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의 시대를 진단하고,
새 정부의 주류산업정책의 방향과 업계,
소비자들의 대응과제를 생각해 본다(3)
趙聖基(아우르연구소 대표, 경제학박사)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공동원장
정부가 ‘건강관점(Health Perspective)’에 이어 주류산업정책의 방향을 원료인 곡물정책, 곡물의 생산 확대와 연결시켜 ‘식량위기’를 줄여 나가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노력해야 “옳다”는 의견이 부각되었다. 하루아침에 그렇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방향을 그렇게 잡아가야 주류정책이 국가정책과 일관성 있는 위상을 차지하게 되고 합리적 산업정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국가정책과 개별 정책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 ‘중장기 청사진’을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를 만들며 그려내고 그리로 뚜벅 뚜벅 걸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주류정책의 전략적 선택을 그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한 논의의 자리를 그 이야기를 「삶과 술」이라는 작은 신문에서 시작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술 전문 언론으로는 유일하니 시작할 만한 자리다. 그 논의를 시작에 그치지 말고 의미 있는 국면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적어도 3조원 이상의 주세를 내는 국민들이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세금을 걷는 일과 활용하는 일을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주세가 어떤 기준으로 납부되어야 하며, 그 세금이 어떻게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면 이야기는 분명해진다. 그러므로 국산 원료를 사용해서 제조한 술, 전통주의 발전에 정부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정책적으로도 분명한 것이다. 그러한 정책을 구상하고 논의하고 공감하고, 실천적 대안을 펴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주가 수입 원료를 사용하여 제조할 경우라면 그 발전정책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를 참고해 보자.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식량자급률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 자국 원료를 사용하여 제조한 국주 ‘사케’를 지원하는 정책을 편다. 그리 한 지 오래다. 주류정책에 플랜이 있는 것이다. 그 플랜 속에는 식량위기에 대한 국내산 곡물의 방어 아이디어가 있다. 일본정부는 세계를 대상으로 ‘사케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정책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해외 대사관에서 사케 홍보행사를 의도적으로 한 지 이미 오래다. 지역원료인증을 분명히 하고 있는 프랑스의 와인도 자국의 원료로 만든 와인시장을 독립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한 정책을 정부와 지역공동체가 의도적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우리도 전통주를 진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취약하다. 근 수입 원료를 사용한 전통주도 통신판매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소문은 그 취약성을 반영한다. 농식품부가 홀로서기로 나서서는 국가 주류정책의 전통상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발전하기 쉽지 않다. 농식품부가 전통주 진흥의 이유로 국산원료의 자급률 제고를 제안하더라도 타 부처에서는 그 문제가 타산지석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산원료 우선이 아니라 통상의 형평성 등 다른 잣대를 가져다 대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정책제안을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서로 협력하는 노력이 잘 보이기 않는다. 부처 간을 넘어선 합의와 정돈된 정책형성 보다 각자의 논리로 정책을 구성한 역사 때문으로 보인다. 기재부 주류정책 문건에 식량자급의 문제를 함께 정책목표로 제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과문한 탓일까? 심지어 수입 원료를 사용한 전통주도 국산원료를 사용한 전통주와 동등한 대우를 하려는 징후는 그 증거 중 하나다. 국가정책의 중요한 목표이자 국민의 관심사와 동떨어진 정책의 추진사항이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할 일이다.
어쨌든 현재 정부의 체계로서는 주류정책이 기재부를 중심으로 정책적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책임이 그만 큼 큰 것이다. 일본의 사케처럼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류를 ‘국산 쌀’로 만 제조하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니 심층 검토해야 할 과제다. 예를 들어 수입 원료로 만든 탁주는 탁주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전통주라 정책상 분류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굳이 그리 해야겠다면 전통주를 다시 지역특산수와 전통주로 구분해야 할 필요도 검토해야 할 일일 수 있다. 구분을 해내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라고 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어벨트에서는 맥주에 대해 와인벨트에서는 자국의 와인에 대해, 커피벨트에서는 자국의 커피에 대해 일정수준의 장벽을 설정하고 생산자보호에 나서는 일이 국민의 생존 문제와 연결되므로 국제적으로도 사실 큰 시빗거리가 되기 어렵다. 그 분야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고 있고, 취약부문의 생존은 어디에서든 더 중요해지고 있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역의 원료를 사용한 전통주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생산유통공동체를 살려내고, 국산곡물의 소비 확대와 연결시키는 주류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주곡인 쌀이 남아도는 상황을 오래 전부터 맞고 있다. 매년 25-35톤 정도의 쌀이 소비되지 않는다는 자료가 거의 매년 작성된다. 다른 견해도 있다지만 통설이다. 45톤의 쌀을 시장에서 제외시킨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 엊그제다. 청년들은 “이제 쌀이 우리 주곡이 아니라!”고 외치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러한 상황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 아닐 수 있고, 언젠가 다시 국내 곡물이 크게 부족해서 외국산 수입이 필요해지고 그게 국제적 장벽으로 어려워지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가 점점 더 커지고, 국제간 교역이 왕왕 막히는 공급망 문제가 가시화 되는 상황에서 술의 원료가 되는 곡물의 자국보호 과제는 심각히 고려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미국도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법을 강화한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도 위기가 오자 쌀 수출을 막았다. 이러한 시국에 국산원료를 사용한 전통주 정책과 국산 쌀 소비, 식량안전 정책을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배타적인 일이 아니라 생존의 과업이 된다. 그러므로 국민적 동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고 오히려 반드시 해야 할 과제로 대두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산곡물을 사용하는 전통주의 진흥을 위해 기재부나 외교부, 산업부 등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이후 몰아친 세계화와 개방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자유주의적 거래에 익숙하고 생존을 심각하게 감안한 지역보호와 그와 연결된 규제 정비를 등한시 해 왔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 보호를 위한 규제완화와 세제, 유통지원에 신경을 썼노라!”고 과세와 정책당국에서 근거를 내더라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수준이라기보다 형식적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전통주 제조자들이나 농업자들의 입장, 관련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부족하다 아니할 수 없다. 워낙 싼 해외 원료가 들어왔고 시장도 이미 대형 주류 위주로 형성되어 버려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지만 전통주가 부활하기에는 부족했다. “너무나 소극적이었다고 보아야 맞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의 소규모 주류 진흥정책의 경우도 수제 맥주의 수요만 늘렸을 뿐 일반적인 전통주류의 활성화에는 오히려 마이너스였다는 의견이 더 많다. 새로움을 추구해서 해당 소비자들의 만족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구조적 개선 정책에는 부정적이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부분을 보고 주류산업과 주류정책 전체를 보는 정책적 시각을 가지지 못했고, 그럴만한 정책인재를 양성하지 못한 탓으로 볼 수 있는 국면이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캠프를 차리고 정권인수위원회도 구성되고 이제 정부가 들어섰다.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많은 정책적 연구를 했을 것이다. 자유롭게 뭐든 내버려두려면 최소한의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국세 중 주세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국민의 삶, 안전과 크게 결부되어 있는 술 정책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정재원 확보에 기여하는 정도가 줄었다고 해도 아직 주세는 적지 않은 규모다. 경제 전체에서 비중연구와 고민의 과정 속에서 정책당국자들은 과연 어떤 인식을 갖게 되었을까? 반도체, 플랫폼 산업 등이 비중이 크지만 술은 국민의 정감과 생활문화 등 보이지 않는 부문을 관장하는 물질이다. 주류산업은 일반적 고성장 산업경제와 또 다른 차원의 삶의 영역이고, 감성과 감각에 밀접한 산업이다. 더 나아가 건강, 식량, 기후, 지역경제 등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이는 문제와 관련이 깊고 민속, 문화예술, 사회상황 등 삶과 환경과의 관련성이 큰 물질이 ‘술’이다. ‘삶과 술’은 디지털화 되어가고 로봇의 비중이 커지는 세계에서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술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기관들의 당국자들이 모여앉아 주류산업의 방향성에 대해 소위 국민의 음주안전과 관련된 비전을 정리하고 그를 달성하기 위한 주류정책들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누가 담당하는 것이 맞고, 누구누구가 모여 논의의 자리에 가담해야 할 것인가부터 논의해가야 할 일이다. 정책의 목표는 어디에 두고 참여하는 각각의 부처는 그에 맞출 수 있는 “어떤 지표를 각각 선택하고 전략적으로 관리 할 것인가?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견을 어떻게 합의해 갈 것인가?” 등을 논의, 협의, 합의해야 할 것이다.
주류산업 정책을 둘러싼 세 번째 위기는 지구환경 에너지 위기다. 코로나 이후 누구도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국민안전 관련 위기다. 더 나아가 인류의 안전과 관련성이 크다. 즉 지구를 보호하고 인류의 환경안전을 위해 주류산업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정책관리의 우선 과제에서 빼 놓아서는 안 될 일이다.
대통령 선거 당시 유명해진 ‘RE100’이란 용어를 보자. RE100은 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 의 약자다. 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주류산업을 단지 마시고 취하는 물질을 생산 판매하는 산업으로 보는 시대는 과거지사다. 주류산업은 환경과 관련성이 크고 그 산업 정책도 다른 국가 환경정책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해 내야 하는 것이다. 원료를 친환경적으로 지역에서 공급하는 일, 나아가 유기농 원료로 공급하는 일, 나아가 플라스틱용기를 줄이고 유리병을 사용하는 일, 그 유리병을 재사용하도록 하는 정책 등 에너지와 관련된 원료공급, 생산, 포장, 유통분야는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모두 에너지 위기에서 탈출하도록 할 수 있고 그 효과도 크다.
간단히 따져 보더라도 소주의 원료가 되는 주정을 남미나 동남아시아에서 가져 오지 않고 국내에서 주류생산지역에서 조달한다면 그 수송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일일이 세어 보지 않더라도 엄청난 화석연료가 절감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맥주의 원료를 호주에서 가져 오지 않고 국산보리와 밀을 사용한다면 과연 그로 인해 줄어드는 연료는 얼마나 될 것인가? 이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일이지만 전 세계 국가가 술제조 유통 판매를 자국 원료로 하고 수출입을 중단하자고 합의한다면 그로인한 연료사용량 감축, 이산화탄소 발생억제량은 기후위기 해소에 큰 기여를 하게 할 일이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