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음악과 정치기술(酒)

송년 국립 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회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 모습

『빈 술병』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음악과 정치기술(酒)

 

육정균 (시인/부동산학박사)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이 앙상한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남은 마지막 잎새처럼 펄럭이는 12월 올 연말은 유난히 마음이 어둡고 춥디춥다. 나라가 편안하지 않고,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정국(政局)은 정치인이 국민과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인과 나라를 걱정하게 만드는 불안이 엄습한다.

무엇을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고 불안감이 감도는 것은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모처럼 예약해 둔 세종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2024년 송년음악회에 다녀왔다. 솜이불처럼 많은 위안이 된다.

 

시간이 모여 기억이 되고 다시 흘러가기 위해 순환이 필요하듯 송년음악회를 통해 2024년을 되돌아보며 뜻 깊은 순간들을 기억하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번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송년음악회는 ‘기억-시간-순환’이라는 핵심 주제를 관통하며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David Relland)에 의해 노재봉 작곡가의 “집에 가고 싶어.”라는 곡(국립심포니 위촉 세계 초연), 글리에르의 “하프 협주곡 내림 마장조 Op.74” 및 말러의 “교양곡 1번 ‘거인’라 장조”가 연주되었다.

작곡가 노재봉은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음악을 택해 현재 사회의 문제를 음악 구조와 연결 짓는 데 깊은 관심을 둔다. 그의 작품 중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리>는 집단적 희귀 욕망을 다루며, 부산시립교양악단의 위촉 작곡가로 선발되어 초연되었다.

또한 <혼성합창과 피아노를 위한 겨울 가을 여름 봄 그리고….>는 역행의 구조적 아이디어를 적용하여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개인의 결론을 제시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부산대학교를 졸업한 후 부산작곡가협회와 부산작곡마당 등에서 활동하며, 2024/25 시즌에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상주작곡가로 선발되었다. 영화음악 작곡가로서 여러 영화제에서 음악상을 수상하고 영화의 전당, 한국영화아카데미 등과 협업하며, 20여 편의 영화에서 음악 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다.

송년 국립 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회 모습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7대 예술 감독인 다비트 라일란트는 프랑스적이면서도 독일적인 감수성을 지닌 지휘자로, 베를리오즈, 라벨 등 프랑스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바로크와 현대음악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벨기에 출신으로 브뤼셀, 파리, 잘츠부르크에서 음악을 공부한 그는 2022년부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으며, 현재 프랑스 메스 국립오케스트라와 스위스 로잔 심포니에타의 수석 객원 지휘자이자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의 ‘슈만 게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23년에는 프랑스 문예공로훈장인 ‘슈발리에’를 수훈하였고, 그의 모차르트 해석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 음악과 새로운 작곡가 발굴에도 힘쓰며, 여러 국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하피스트(Harpist) 자비에르 드 매스트르(Xavier De Maistre)는 “최고 수준의 비르투오소로, 심오한 음악성을 지녔으며 엄청나게 폭넓은 뉘앙스를 구현할 수 있다”(그라모폰)는 찬사를 받으며 오늘날의 선도적인 하프 주자로 자리 매김한다. 하프의 넓은 색채 스펙트럼만큼이나 다양한 매력을 지닌 그는 동시에 하프 레퍼토리를 끊임없이 탐구하며 새롭게 선보인다. 그는 스메티나의 ‘몰다우’를 하프로 편곡했으며, 2024년 1월에는 페테르 외트뵈시의 ‘하프 협주곡 1번’을 초연하는 등 하프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2023/4 시즌을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시작하며,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음악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력하여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2008년부터 소니 뮤직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여러 앨범을 발표하였고, 1998년 미국 블루밍턴 하프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프랑스인 최초로 필하모닉의 하프 단원으로 입단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고 있다.

송년 국립 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회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 모습

오늘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2시간의 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현란한 몸짓과 정중하고 절도 있는 인사와 영혼을 바친 지휘로 객석의 관객으로부터 열화와 같은 박수를 수차 받는 동시에 무대의 연주자들로부터도 연주 시작 때는 물론 연주곡이 끝날 때마다 존경스러운 기립 인사를 받는 모습이 불멸의 음악보다도 아름다웠다.

제발 지휘자 다비트가 심포니오케스트라만 연주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어지러운 정치판에서도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연주자들을 필요할 때마다 아름다운 선율과 조화로 때론 속삭이듯, 때론 감미롭게, 때론 폭풍처럼 강렬하게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듯이 여야, 정부, 모든 국민들에게 존경스럽고 아름답게 지휘하는 정치기술(酒)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국립 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회 모습

혼미한 정국으로 어두운 밤을 감미로운 음악처럼 풀어줄 그런 정치기술이 있다면 한잔하면 좋겠다. 누구나 전직 대통령을 다시 교도소에 보내는 정치보복이 없는 나라를 원하듯, 국민이 직선으로 뽑은 현직 대통령에게도 임기 내에는 국민이나 모든 정치인들이 자유 대한민국의 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훌륭하고 신명난 지휘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존경과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주는 정상적인 나라에서 서로에게 음악처럼 따스한 술 한 잔 권하고 싶다.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현) 국토교통부 민원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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