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취중진담
현대판 三人成虎
의사 셋이서 똑 같은 거짓말을 하면 멀쩡한 사람도 죽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래전 한 한의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이야기인 즉, 중국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의사 셋이 모여서 작당을 했다고 한다. 영업이 잘 안 돼 심심했던 모양이다.
이들이 작당 모의한 것은 말로서 진짜로 사람을 죽여 보자는 것. 그들은 곧 실행에 옮겼다. 길을 걷고 있던 젊고 건강한 청년을 불러 세웠다. 한 의사가 말하기를 “당신은 깊은 병이 있어 오래 못살 것 같다. 1년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청천병력 같은 이 말을 들은 청년은 다른 병원을 찾았다. 이미 모의를 작당한 그 병원 의사도 같은 말을 했다.
눈앞이 깜깜해진 그 청년은 또 다른 병원을 찾았지만 역시 같은 말만 듣게 된다. 멀쩡하고 건강했던 청년은 진짜로 1년 만에 죽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지만 어느 정도 사실일수도 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니 거짓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이런 상황을 묘사한 사자성어 가운데 삼인성호(三人成虎)란 말이 있다.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는 뜻인데《한비자》〈내저설(內儲說)〉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거짓된 말도 여러 번 되풀이하면 참인 것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위나라 방총이 태자(太子)를 모시고 조나라 한단(邯鄲)으로 인질(人質)이 되어 가면서 자기가 없는 동안 왕의 관심이 자기에게서 멀어질까 하여 혜왕(惠王)을 만나 물어보았다.
“어떤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왕께서는 믿겠습니까?” “그 말을 누가 믿나?” “그럼 두 사람이 와서 같은 말을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반신반의 하겠지.” “이번에 세 사람이 와서 같은 말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말을 믿을 것 같다.” 방총은 말했다.
“시장에는 분명히 호랑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됩니다. 저는 지금 멀리 한단으로 떠납니다. 제가 떠난 후 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이 셋만은 아닐 것입니다. 귀담아 듣지 마십시오.” “내가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면 믿지 않을 테니 걱정 마오.” 방총이 출발하고 아직 한단에 도달하기도 전에 그의 걱정대로 참소(讒訴:무고한 사람을 죄를 지은 것처럼 고소하는 것)가 들어왔다. 이에 혜왕은 약속과는 달리 방총을 의심하게 되었다. 몇 년 뒤 태자는 인질에서 풀려 귀국했지만 방총은 그가 예견한 대로 왕을 만날 수 없는 신세가 되어 있었다.
일본 사람들 상당수가 7월 5일 새벽 속된 말로 쫄았을 것이다. 동일본대지진을 뛰어넘는 거대한 재해가 일어난다는, 이른바 ‘7월 일본 대재앙’ 괴담이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긴장케 했기 때문이다. ‘내가 본 미래’라는 예언 만화책 때문에 일본열도를 떨게 했는데 다행히도 예언이 빗나가 한 시름 놓게 되었다.
만화 한편이 한·중·일 여행객들을 긴장시켰던 이번 사태는 많은 언론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흥미위주의 기사를 쏟아낸 원인 때문은 아니었을까. 한 언론이 만화책 이야기를 들춰내자 또 다른 언론이 이를 받아 보도 했고, 또 다른 언론도 이를 받아쓰자 7월 대재앙은 사실이 되어 버렸다.
이런 ‘현대판 삼인성호’는 최근 우리나라에도 난무하고 있다. 이른바 유튜브 언론(?)이 사람들 마음을 현혹시키기도 하고 희망고문을 강요하고 있다.
언론이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든 독자층을 확보해야 하는데 젊잖게 굴면 문 닫기 딱 좋다. 그래서 소위 낚시질을 하는데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걸려드는 모양이다.
말도 안 돼는 내용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A사가 내 보내면 이를 B사가 받아쓰고, B사 것을 C사가 보도하면 이제는 메이저급 언론사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도 한다.
굴지의 뉴스메이커가 보도하는데 이를 안 믿을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대표적인 예가 세월호 사고 때 실종자 가족들과 온 국민을 애타게 만들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에어포켓’(선체 내 공기층)의 존재를 두고 벌어진 ‘희망 고문’이었다.
이 사건으로 구조가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해서 배가 완전히 가라앉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 해운업계에서는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한 방송이 끝까지 우겨대는 바람에 구조가 늦어졌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현대판 삼인성호’의 비극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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