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도매면허 통폐합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한다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자/경제학박사)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이사
▴살림농산(한살림), 경영고문
(President, BACCHUS KoreaChief Researcher, AOUR Institute Board member of KIHI Consultant, Salimnongsan(Hansalim Co-op.)
□ 전체 목차
- 정부가 단기적 비용 절감보다 장기적 사회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
- 왜 정책당국은 주류유통제도를 빨리 쉽게 변화시키려고 할까?
- 오래된 주류도매업의 제도를 당장에 하면 전환하면 왜 곤란한 일이 커질까?
- 주류도매면허 통폐합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한다.
- 알고 보면 경제관과 정책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정책변화의 선택으로 보인다.
- 주류유통 면허 제도를 폐지해도 되는 조건부터 철저히 조사 분석해 봐야 한다.
- 조건이 성숙하지 않았다면 점진적이고 보완적인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책실천이다.
- 가장 중요한 일은 비전과 목표의 설정이다. 주류산업 정책의 방향을 잡자.
효율성과 시장개방론이 주장하는 물류구조의 혁신, 소비자 선택권의 강화, 경쟁제고
주류도매면허 통폐합을 찬성하는 측의 핵심 논거는 한마디로 “물류효율화”다. 특히 종합주류도매업을 제외한 면허권자들이 시장을 늘리기 위해 많은 술을 취급하는 사업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속뜻은 이익이라는 듯이다. 하지만 원리적 이유나 외관상 명분은 분명 “효율성”이다.
현재와 같은 면허기반 분절구조는 동일 업장을 대상으로 여러 유통주체가 중복배송을 수행하게 만들어 물류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주장이다. 분절 구조는 저탄소물류 및 스마트물류 체계로의 전환 흐름과도 일정 부분 충돌한다. 탄소가 많이 발생하고 스마트와는 거리가 멀다.
만약 면허칸막이가 완화될 경우, 도매업자는 단일물류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주종을 통합적으로 배송할 수 있게 되며, 이는 물류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절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디지털기반 수요예측과 재고관리가 결합될 경우, 공급망 전반의 최적화와 환경편익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비용구조의 개선뿐 아니라, 시장 내 가격경쟁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소비자가격의 안정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중요하다.
면허규제 완화는 시장경쟁의 활성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명확하다. 기존의 유통접근성이 제한된 구조가, 규제가 완화되면, 도매업자들은 서비스품질과 상품구성의 다양성을 중심으로 경쟁방향을 바꿀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는 보다 다양한 수입주류와 지역전통주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며, 이로 인해 주류소비의 다양성과 시장확대를 동시에 촉진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집 앞 식당이나 마트에서 더 다양한 수입주류와 지역전통주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통합유통망은 소규모 제조사의 시장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주류산업 전반의 역동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확장하는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장점이 참 많다.

주류유통 생태계 보호와 시기상조론, 영세 양조장과 소규모 도매상의 몰락 위기
통폐합을 반대하는 측, 즉 이른바 ‘시기상조론’자들의 핵심은 산업 생태계의 붕괴 우려다. 칸막이가 없어지면 자유시장이다. 거대 자본을 가진 종합주류도매업체들이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특정주류(전통주 등)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며 영세양조장의 판로 역할을 했던 소규모 도매상들이 고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칸막이 문제가 시장경쟁문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익이 박하거나 다루기 힘든 전통주보다는 회전율이 빠른 대중주(소주, 맥주)에 집중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주류의 다양성을 지탱해온 실핏줄이 끊길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사실 이는 이미 경험한 사실들이다. 그래서 위험을 안다. 통합면허를 가진 도매업체들의 행태가 예상된다. 그래서 아직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주류유통 면허체계를 단순화하고 종합주류도매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유통효율성은 일부 개선되었으나 동시에 시장집중, 가격경쟁의 과열, 지역유통망 약화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
이는 면허통합, 자유화가 효율개선을 넘어 산업구조 전반의 재편을 수반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다.

독과점의 폐해와 조세관리의 공백
면허통합 후 일정 시간이 지나게 되면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의 대형도매업체가 시장지배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 때 이들은 제조사와 소매점 사이에서 막강한 ‘갑(甲)’의 위치에 서게 된다. 이는 오히려 유통가격의 경직성을 초래하고, 불공정거래 행위가 늘어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도매업이 뭉치면 가격결정에서 우위에 선다. 공정거래법에서도 가격담합을 하지 않는 경우 협상의 자리는 보장할 것이다.
또한, 수십 년간 다져온 국세청의 촘촘한 세원관리망과 부수적인 시장질서 관리효과가 급격한 제도변화로 인해 혼란을 겪게 될 경우, 무자료 거래 등 법을 벗어난 도매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행정적 우려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가치와 산업 생태계의 안정성이라는 가치가 정면충돌할 때 정부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당장에는 생태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민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효율은 중요하다. 하지만 효율을 쫓되 약자가 소외되지 않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통합은 자칫 ‘승자독식’의 장이 될 수 있다.
고민해야 할 지점은 아주 명확하다. “무조건 통합하자”는 구호 뒤에 숨겨진 영세 양조장들의 위기감도 끄집어내고 논의해야 한다.
일본의 경험, 전면개방 대신 일본이 선택한 ‘재조정, 재균형노력‘
이 고민을 먼저 했던 일본은 어떤 방식으로 이 갈등을 경험하고 조율했는지 살펴보자. 일본은 ‘전면 개방’이 아닌 ‘유연한 수급조절’을 택하고 재균형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소매면허 진입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유통구조를 변화시킨 경험이 있다. 그 결과 대형유통 중심의 시장재편과 지역소매유통 기반약화라는 변화를 겪었다.

3일본은 주류유통시장에서 엄격한 거리제한과 인구기준에 따른 면허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규제완화의 바람이 불면서 면허취득요건을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그 결과, 대형할인점과 편의점이 주류시장에 대거 진입하며 소비자의 편의성은 향상되었다. 규제완화 이후 일본에서는 소규모 주류판매점 수가 감소하고, 대형유통채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효율은 늘었지만 그 이면에는 뼈아픈 부작용이 따랐다. ‘승자독식’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업체들이 가격파괴 경쟁을 벌이면서, 지역공동체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영세 주류판매점들이 도산했다. 소매점이 줄고, 대형유통으로 시장이 집중되었고, 지역유통은 약화 되었다.
완전 붕괴는 아니지만 “지역 소매기반이 약화되고 유통구조가 대형화, 중앙집중화되는 현상이 분명히 나타났다”. 이는 중소유통점들이 사라지는 ‘주류유통생태계의 황폐화’로 이어졌다. 유통업체의 몰락은 지역기반의 중소양조장의 판로소멸과도 이어졌다.
이러한 혼란을 겪은 후, 일본정부가 선택한 길은 ‘무조건적인 통합’이나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었다.
이른바 ‘보완적 조정 내지는 재균형 정책’이다. 대형유통업체들의 공세로 지역소매가 위기에 처하자 중소도매상이 연쇄위기에 처했을 때, 이 상황을 견제하기 위해 지역의 중소 주류도매업자들과 소매업자들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했다. 이른바 지역의 면허규제를 유지시키고 어려워진 업체들을 지원했다. 정책의 묘가 살아있었다.
대형유통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조사나 중소도매상에게 부당한 납품단가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불공정거래 규제와 유통관리장치를 병행 했다. 크래프트 맥주(지비루)나 로컬 사케의 성장을 돕기 위해, 대형도매망에 의존하지 않고도 제조사가 직접 혹은 특화된 소형도매상을 통해 직거래유통을 할 수 있는 특화 유통경로도 허용하고, 확대했다. 복수의 경로를 허용한 것이다.
주류산업의 지역성, 공공성, 그리고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이 갖는 의미
일본의 사례는 면허규제 완화가 가져올 ‘효율의 장밋빛 미래’ 뒤에 숨겨진 ‘생태계 파괴’라는 그림자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일본이 전면개방 이후 다시금 규제의 고삐를 죄거나 지원조절책을 병행한 것은, 주류산업이 가진 ‘지역성과 공공성’과 ‘문화적 다양성’이 ‘경제적 효율성’보다 결코 가볍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도 현실을 보고 알았던 것이다.
‘시기상조론’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교훈과 맞닿아 있다.
충분한 사회적 안전망과 불공정거래 감시체계를 사전에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의 규제완화나 자유화, 면허통합 등은, 결국 전통주와 강소 양조장, 유동상들을 거대유통자본의 들러리로 전락시킨다. 중소유통업체들은 사실상 경쟁에서 도산할 위험이 크다. 즉, “일본이 경험한 ‘면허개방 → 집중 → 재조정’의 경로‘를 다시 경험할 이유가 없다.
기술혁신과 유통의 미래, IT기반 추적시스템
과거에 면허칸막이가 필요했던 이유는 사실 행정자원의 한계 때문이었다. 사람이 일일이 장부를 검사해야 했기에 경로를 단순화하고 쪼개 놓아야 관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RFID 기술이 유통의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시대다.
디지털 추적시스템이 정착된다면, 굳이 물리적인 면허칸막이를 유지하지 않고도 세원탈루를 막을 수 있다. 즉, 국세행정의 목적(조세 정의)은 기술로 달성하고, 면허제도는 산업의 역동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지점이다.
그러나 이 역시 기술도입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업체와 그렇지 못한 소형업체 간의 ‘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선결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제 ‘시기상조론’이 반대가 아니라, 진정한 상생을 위한 ‘책임 있는 신중함’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상생을 위한 4대 선결과제
주류도매면허 통폐합 논의가 ‘효율성’이라는 경제논리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변화에 앞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이 담보되지 않은 통합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면허가 통합되더라도 대형도매업체가 취급을 꺼리는 영세양조장의 제품들이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공적 유통망’ 혹은 ‘전통주 전용 물류허브’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정주류도매업이 가졌던 보호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실질적인 판로지원책이 필요한 것이다.
거대자본을 가진 중앙 집중적 통합도매업체가 탄생할 경우, 이들이 제조사나 소매점에 행할 수 있는 ‘밀어내기’, ‘가격 담합’,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을 방지할 노력도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합동감시 시스템도 상시 가동되어야 할 것이다.
물리적 면허칸막이를 없애는 대신, 모든 주종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IT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때 중소업체들이 비용부담 때문에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기술지원과 표준화된 시스템보급이 병행되어야 한다. 수십 년간 국가의 면허질서를 믿고 자본을 투여해온 기존 사업자들의 재산권 보호 문제도 물론 간과해서는 안 된다.
면허가치 하락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세제혜택이나, 통합물류 사업자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금융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
주정유통에서 시작되는 국가의 강력한 통제는 조세정의를 실현해 왔지만, 한편으로는 시장의 역동성을 가로막는 칸막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효율’이라는 이름의 칼로 ‘생태계’라는 숲을 베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주류산업은 본래 지역 문화산업이다. 이 점도 중요하다. 소주 한 잔, 막걸리 한 사발에는 원료에서 제조, 판매, 소비에 이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지역의 혼이 담겨 있다. 면허통폐합 논의는 “물류비를 몇 퍼센트 줄이느냐?”의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종합주류도매면허를 가지기만 하면 다 잘될 것이라고 타면허 중소형 업체, 업주들의 성급한 착각도 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생각이다.
면허 통폐합 문제는 수십년 된 정책 과제다. 원칙적으로는 필요하나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신중함이 필요할 때다. 일본의 주류판매 규제완화의 시장적 교훈도 거울삼아야 한다. 약자가 보호받고 다양성이 존중받는 토대를 먼저 닦아야 한다. 기술은 그 토대를 더욱 투명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어야하고, 소수를 위한 독점의 수단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범법자를 만들지 않는 법, 정직한 땀방울이 유통의 장벽에 막히지 않는 시장, 그리고 소비자가 전국의 다양한 술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미래. 이 미래는 ‘무조건적인 통합’이 아니라 ‘준비된 혁신’과 ‘정책’을 통해서 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