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에로틱한 비아그라 맥주
별미의 맥주를 찾는 애호가는 세계 도처에 많고 많다. 지금도 굴, 마늘, 베이컨, 피자, 심지어 숫소 고환을 첨가한 맥주가 출시되고 있다. 지난 2011년 4월 영국 윌리엄 왕자 결혼을 맞아 영국에서는 ‘비아그라 맥주(Viagra beer 또는 Royal Virility Performance Beer)’가 등장하기도 했다. 영국 타이블로이드 판 일간지 <더 선(The Sun)> 지는 2011년 04월 19일에 “스코틀랜드의 소규모 양조장 ‘브루독(BrewDog)’ 사에서 세계 최초로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들어간 맥주를 출시한다”면서 “이 ‘비아그라 맥주’ 3병을 마실 경우, ‘푸른 알약(비아그라)’ 한 알을 먹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윌리엄 왕자의 결혼을 축하하면서 1,000병 한정판으로 이 맥주를 주조한 것이다. 라벨에 윌리엄 왕자와 그의 아내 케이틀 미들턴의 그려져 있다. 영국 왕실의 문양도 새겨져 있다.
제품은 2011년 4월 29일 제조사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남용을 막기 위해 1인당 한 병만 살 수 있다. 제조사 측은 “온라인 판매가 성공할 경우 ‘비아그라 맥주’의 본격적인 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맥주 판매금은 윌리엄 왕자가 지원하고 있는 자선단체에 보내진다. 또한 이 맥주의 강력한 효과로 인해 한 사람에게 한 병만 제한 판매한다. 회사는 초기 판매가 성공을 거두면 이 맥주를 계속 생산할 계획이다.
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빼놓을 수 없는 애증의 산물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카르시스는 ‘한 잔 술은 건강을 위해서, 두 잔 술은 쾌락을 위해서, 세 잔 술은 방종을 위해서, 네 잔 술은 광기를 위해서’라는 말을 했다.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적당히 술을 마실 경우 68%의 여성과 45%의 남성이 성적 쾌감이 증대된다고 한다. 실제로 적당한 양의 알코올은 최고의 최음제라 할 수 있다. 약간의 알코올은 중추신경을 흥분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게 하는 강심작용을 한다. 또한 알코올이 발생시키는 에너지는 전신을 따뜻하게 만들며 뇌에 작용해 두려움을 없애준다.
‘맥주는 뻔하다’는 편견을 깬 독보적인 회사는 스코틀랜드의 ‘브루독’이다. ‘미친’, ‘또라이’라고 불리는 34살 동갑내기 제임스 와트와 마틴 디키가 2007년 설립한 회사다. 2014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조롱하며 ‘헬로 마이 네임 이즈 블라디미르(Hello, My Name is Vladimir)’를 출시했다. 푸틴 대통령이 동성애 광고를 금지한 것에 반발하는 의미로 맥주병 포장지에 알록달록 화장한 푸틴 사진을 실었다. 이것도 모자라 와트와 디키는 웃통을 벗고 말을 탄 푸틴을 패러디해 ‘브루독(BrewDog)’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들은 맥주 판매금액 절반은 동성애자들을 위해 쓰겠다고 밝히며, 이 맥주 한 상자를 푸틴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양조사 ‘브루독(BrewDog)’은 세계에서 가장 독한 맥주, 죽은 동물의 사체를 이용해 만든 맥주병 등을 선보여 과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는 2010년 07월 23일 “동물로 맥주병을 감싼듯한 이색적인 형태의 맥주병이 등장했다며, 주로 오소리나 족제비 같은 쥐 과의 동물들로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색 맥주병을 만든 곳은 스코틀랜드의 양조업체 ‘브루독(BrewDog)’ 사이다. 이들이 공개한 맥주의 명칭은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이다. 총 12병으로 제작됐으며 7병은 족제비, 4병은 다람쥐 나머지 1병은 산토끼 모양으로 제조됐다. 박제한 동물에 치마 또는 턱시도 등 디자인을 입혀 혐오감을 없애고 따라 마실 때마다 박제 동물 특유의 감촉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이 이색 맥주의 가격은 세상에 가장 값비싼 한 병에 500 파운드(약 91만원)에 달한다.
양조사 ‘브루독(BrewDog)’사를 창업한 이들은 제임스 와트(James Watt)와 마틴 디키(Martin Dickie)이다. 이 양조사는 2007년 스코틀랜드 북동부의 외지고 음울한 산업단지에 있는 한 창고에서 출발한다. 두 명의 동업자는 한 마리의 개, 3만 파운드로 시작한 ‘브루독’은 5,000만 파운드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500여명을 고용하는 회사로 유기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브루독’은 ‘크래프트 맥주계의 포스트 펑크’, ‘종말론적 이단아’를 자처하며 기이한 맥주를 주조하였다.
‘브루독’은 양질의 다양한 맥주, 특히 에일, 스타우트(stout) 및 저장맥주를 재미있는 브랜드 이미지와 접목해서 판매했다. 그리고 앵커(anchor), 스팀보트(Steam Boat), 배저(badger)와 같은 유명 맥주 브랜드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펑크 아니피에이(Punk IPA)(IPA는 India Pale Ale의 약어다 영국식 ‘페일 에일’ 맥주와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의 이름을 합친 맥주명), 도쿄(Tokyo), 싱크 더 비스마르크(sink the Bismarck)같은 재미있는 제품명의 맥주를 출시했다.
“박제 맥주병은 박제술과 예술과 양조 솜씨의 완벽한 조화로 탄생된 예술품”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술을 더 맛있게 즐기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제조 이유를 밝혔다. 병의 디자인은 간단했다. 죽은 동물을 박제해서 입 안에 맥주병을 끼워 넣은 것이다. 박제한 동물에 턱시도를 입히거나 체크무늬 치마를 입혀 디자인을 더했다. 다소 징그럽고 혐오스러울 수 있는 모양을 최대한 감춘 모습이었다.
하지만 동물학대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와트는 “우리가 맥주병을 제작하기 위해 일부러 동물을 죽인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미 죽어있는 동물을 박제해서 맥주병을 제작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전했다. 특히 박제 동물의 입에 들어간 맥주는 일반 맥주에 비해 알코올 농도가 훨씬 높아 진한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더욱 색다른 재미를 준다. 보드카와 위스키에 버금가는 도수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도수가 높은 맥주’’로 기록되기도 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Y. Fukuyama)의 에세이인 1989년에 발표한 ‘역사의 종말’에서 따온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맥주의 도수는 55%다. 냉동기법을 사용해 만든 벨기에 블론드 에일 종류의 술도 술이지만, 길거리에 죽어있는 다람쥐나 담비를 박제시켜 옷을 입힌 병에 담겨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이 벨지언 에일 맥주는 쐐기풀과 쥬니퍼 베리로 우려내는데, 가벼운 과일맛을 기대하면 안된다. 이 맥주를 맛 본 사람들은 버섯과 간장, 쇠고기, 가죽 그리고 담배 맛 등이 난다고 품평한다.
이 술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다수 회의적이었다. 한 시민은 “맥주병 모양이 독특해서 보기에는 좋을 것 같지만, 막상 손으로 잡을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다소 혐오스러운 모양 때문에 오히려 술맛을 잃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럽 동물보호단체 ‘동물들의 옹호자’ 정책국장 리비 앤더슨은 “이것은 동물 사체를 매우 부정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엽기적인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실은 영국의 ‘비아그라 맥주’보다 5년이나 일찍 성욕과 정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맥주를 개발한 회사가 있다. 맥주의 본고장 독일 바이에른에서 개발된 ‘세계 최초의 정력증강 맥주’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이 2006년 3월 13일 보도했다. 이 맥주가 독일에서 성욕과 정력을 높여준다며 인기를 끌며 화제다. 맥주 애호가들이 기다리던 ‘에로틱 맥주(erotic beer)’, ‘리베스 비어(LieBes Bier)’로 지난 2009년에 출시되었다.
이 맥주가 개발된 것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자동화된 맥주공장에서 일하던 바이에른 쇤브룬(Schönbrunn) 마을의 위르겐 호프(53)씨는 한밤중에 기계가 고장났다는 연락을 받았고, 바로 길 건너에 살던 그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라 짧은 반바지만 걸친 채 공장으로 돌아가 긴 막대기로 걸쭉한 상태의 맥주를 젓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릐 이름에는 맥주를 잘 주조할 수 있는 숙명적인 이른 ‘호프’가 내재되어 있다. 에로틱한 이 맥주에는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이 그려져 있다.
그는 ‘반나체로 일하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이 맥주는 그 이전의 어떤 맥주와도 다른 것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상했다는데…. 2개월 후 한 주민이 그날 만들어진 맥주를 마신 뒤 정력이 급격히 좋아졌다고 말하면서 이 맥주는 쇤브룬 마을의 전설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독특한 탄생비화와 남다른 제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에로틱 비어’는 이름만큼 달콤한 벌꿀 향을 풍기는 매력적인 맥주다. 부드러운 맛과 편안한 목 넘김, 5.5%의 비교적 가벼운 알코올 농도 덕분에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이후 그는 현재까지도 반나체 상태로 한밤중에 양조장에 들어가 ‘에로틱 맥주’를 제조하고 있다.
호프 씨는 “내가 이 맥주의 효능을 물어본 모든 사람들은 주말에는 TV를 보지 않는다. 대신 잠시도 지체없이 곧장 침실로 간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고…. 그 뒤로 ‘에로틱 맥주’는 양조 장인인 호프 씨가 바이에른의 전통 요의(腰衣)만 걸친 반나체 상태로 한밤중에 제조된다고 한다. 제조된 후에는 별도의 ‘에로틱 맥주 창고’에 일정기간 보관되기까지….
특수 네온 조명을 갖춘 이 보관창고에는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가 울려 퍼지게 환경을 만들었다. ‘섹시 맥주(sexy beer)’가 양조되는 환경도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에로틱 맥주’는 2002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 맥주박람회에 선보여 히트를 치며 브랜드를 널리 알렸다. 이탈리아의 야성미 넘치는 남성들은 ‘에로틱 맥주’에 열광했다고 호프씨는 전했다. 이후 ‘에로틱 맥주’ 로고를 단 매트나 티셔츠, 병따개 등 관련 상품까지 출시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그런가하면 2007년 열린 뮌헨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연례 맥주축제)에서는 한 불임 영국 여성이 이 맥주를 마시고 임신을 하기도 했다고 호프 씨는 주장했다. ‘에로틱 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호프 씨의 가족 맥주기업은 이제 같은 상표의 맥주잔, 잔 받침, 병따개, 티셔츠 등도 판매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 ‘에로틱 맥주(erotic beer)’는 한국의 미풍양속 법규상 상품명과 라벨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국내에서는 만나 볼 수 없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는데, 독일 수입 맥주 전문업체 슈무커코리아가 에로틱 비어를 ‘리베스 비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시켜 국내에 출시했다. ‘리베스 비어’의 ‘리베스(Liebes)’란 독일어로 ‘사랑’이라는 말을 뜻하며 ‘사랑맥주’라고도 불린다. 달콤한 벌꿀향과 함께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며 지금까지도 같은 제조방식과 숙성과정을 거쳐 소량으로만 생산되는 희소성맥주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생식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일반 맥주와는 달리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모델의 그림으로 장식된 ‘에로틱 맥주’가 성욕뿐만 아니라 번식력과 정력도 증강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맥주는 한 때 게르만족 토속주였다. 맥주는 교회, 수도원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고귀한 음료라는 칭송과 함께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수도사들은 맥주를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식품쯤으로 여겼다. 중세 유럽에서는 상수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했다. 당시 물 대신 맥주를 마신 이는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이 훨씬 강했다고 한다. 독일의 하인리히 크나우스트(Heinrich Knaust 1520-1580)은 맥주를 ‘신이 허락한 기적의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신이 밀, 보리와 함께 맥주 제조법을 선사해 포도가 자라지 않는 지역의 주민도 와인 대신 술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의미에서다.
맥주가 수도원과 인연을 맺으면서 품질이 날로 좋아졌다. 수도사가 맥주 양조법을 학문의 대상으로 삼아 연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도사는 금식기에 하루 한 끼를 빵과 치즈로 간단히 때웠다. 물 이외 다른 음식물은 섭취할 수 없었다. 수도사는 금식기에 맥주를 마셔 영양을 보충했다. 그러니 수도사들은 더욱 맥주 양조법에 매달렸다. 수도사들은 맥주를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식품쯤으로 여겼다.
중세 유럽에서는 상수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했다. 당시 물 대신 맥주를 마신 이는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이 훨씬 강했다고 한다. 페스트를 이겨낸다고 페스트 맥주까지 등장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미생물 관련 지식이 부족했다. 물을 끓이면 병원성 세균이 죽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맥주는 제조 과정에서 물을 끓인다. 제조 과정에서 맥주는 자연스럽게 살균처리되는 셈이다.
일부 유럽 수도원은 오늘날까지 전통적인 양조방식과 함께 고유의 맥주를 전하고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트라피스트 맥주다. 1098년 프랑스 시토에서 출범한 트라피스트 수도회가 만들었다. 지금은 벨기에 6곳, 네덜란드 1곳, 오스트라 1곳 등 총 8개 수도원에서 양조되고 있다. 벨기에 성 식스투스 수도원은 트라피스트 맥주를 만들어 한해 수익 5,000만 달러를 거두고 있다.
사진 : 1(Royal Virility Performance beer)
(에로틱 맥주’를 만들고 있는 위르겐 호프)
남태우 교수
▴문학박사/중앙대학교 명예교수▴전남대 교수▴중앙대학교 도서관장▴중앙대학교 교무처장▴중앙대학교 문과대학장▴한국정보관리학회장▴한국도서관협회장▴대통령소속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