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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술의 고급화는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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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류 전문가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하다가도 마지막에는 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많은 분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의 준말)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고급술의 품질이나 맛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와인, 사케, 위스키, 고량주 등의 주류에는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고급술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유명한 술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고급술이라는 것은 어떤 술을 가리키는 것일까? 포털사이트의 어학사전을 보면 고급술의 정의가「품질이 좋은 술」로 되어 있다. 하지만 품질이 좋다는 것도 정확한 정의가 없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인 소주와 맥주를 사람들은 고급술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또한 아쉽게도 우리 막걸리나 전통주들도 고급술로 이야기 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양조회사들 마다 자신들이 만드는 술은 좋은 원료를 쓰고 정성들여 만든 고급술이라고 표현을 하고 홍보를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이 있다. 왜 우리 술에는 고급술이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인색할 것일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고급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는 정확한 것이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회 통념상 어떠한 술을 장기간 숙성 시키거나 오랜 역사를 가진 양조장에서 스토리를 가지고 만들거나 또는 품질이 좋은 원료를 사용해서 만든 한정판 등을 일반적으로 고급술이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술들이 이러한 경우에 속하는 지를 살펴보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식적으로 생산연도(빈티지) 또는 숙성기간을 인정하는 제도가 있지 않다. 물론 업체 자체적으로 몇 년 산 또는 숙성기간을 표시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업체의 표현일 뿐이지 실제 공식적으로 그것을 인정해주는 협회나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 술중 막걸리나 약주가 빈티지를 표현하고 몇 년 이후에 마시면 품질이 월등이 좋아지는 술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산 와인이나 증류주에는 충분히 생산연도나 숙성기간을 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봤으면 한다. 관련 협회나 특정기관을 통해 기준을 마련하고 업계의 합의만 있다면 생산연도에 따른 고급 술 이미지는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지금 당장 숙성된 술이 없기에 숙성 기간을 가지기 까지는 상당 부분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의 비용이 없다면 숙성된 고급술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숙성 술을 만들기 위해 증류주의 경우 숙성기간 연장에 따른 세금 문제들도 같이 다루어져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다음은 오랜 역사를 가진 양조장이 적다는 것도 고급화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에서 약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양조장 중 오래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곳들도 대부분은 1920년도 정도에 만들어진 양조장들이다. 아직 100년의 역사를 가진 곳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맥주는 1000년 전에 만들어진 양조장, 사케는 870년, 위스키도 100년 넘는 양조장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장인정신을 가지고 맛이 좋은 하나의 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주류의 역사를 우리는 가지고 있지를 못하다. 우리 술이 과거부터 마셔왔고 고문헌에 적혀있다고는 하나 그것을 지속적으로 생산했던 흔적이 없기에 우리 술의 역사 가치는 매우 약하다 할 수 있다. 오래된 역사를 가진 양조장을 가지는 것은 쉽게 되는 것은 아니라 시간이 흘러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지금가지고 있는 양조장만이라도 역사성을 가질 수 있도록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원료에 대한 문제나 고급술에 대한 기준 등에 대한 문제 등 아직 우리 술은 고급화를 위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 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품질 고급화를 많이들 이야기 하지만 아직까지 품질 고급화를 위한 기초는 탄탄하지 않다고 본다. 업체 스스로가 이야기하는 고급술이 아닌 소비자가 인정하고 해외에서 인정받는 고급술을 만들기 위한 단기적인 계획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보며 특히, 기준 또는 제도와 관련되어서는 관련 업계 사람들의 토의와 고민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