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맛있는 술·밥이 있다②
퓨전막걸리의 代名詞 된 강남역 먹자골목 ‘쉐막(Chez Maak)’
사회 전반에 걸쳐 퓨전(fusion)이란 말이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문화뿐 아니라 각계각층에 불고 있는 퓨전 현상은 라틴 어의 ‘fuse(섞다)’에서 유래한 말이다.
처음에는 문화 분야에서 예술의 각 장르들이 기존의 자신의 고유함을 해체하고 다른 것과 합쳐지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예술의 한 경향이었는데 최근에는 한식과 양식을 적당히 섞어서 내 놓는 퓨전 음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당진의 신평양조장 김동교 대표가 2011년 8월 강남 가로수 길에 ‘쉐막(Chez Maak)’의 문을 열고, 2012년 8월에 강남 먹자골목에 2호점을 냈었을 때만해도 막걸리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막걸리 집을 열어도 장사가 될까?”
그러나 오늘날 쉐막은 막걸리 업계가 살아갈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는 데에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상호 ‘쉐막’은 무슨 뜻일까?
사전적 의미로 ‘쉐막’은 ‘외양간’ 이라는 뜻 의 제주도 사투리이다. 설마 술집 상호를 외양간으로 했을 리는 만무할 테고….
이에 대해 김동교 대표는 “쉐막이란 뜻은 불어에서 ‘집에서’란 말이 ‘쉐(Chez)’인데요 우리의 김가네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요, ‘막’은 우리의 막걸리에서 ‘막(Maak)’자를 따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쉐막’이란 상호 자체가 퓨전이라고나 할까요”
그렇다. 지금 쉐막은 ‘퓨전막걸리’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쉐막’은 위치와 규모부터가 보통 막걸리 집과는 남다르다. 강남 상권의 노른자위 먹자골목에서도 한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강남역 CGV 뒤 쪽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쉐막은 220석 규모의 홀에 양조장을 형상한 부분과 테라스를 연상케 하는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다. 공연이 가능하도록 배치된 부분에서는 연인들이 막걸리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오픈된 룸도 있어 가족단위나 소규모 모임도 가능하다.
이 같은 공간 배치로 작은 공연도 가능하여 술과 관련된 행사가 종종열리기도 한다.
보통 막걸리 집의 빈대떡이나 파전 같은 안주에 노란 양은 주전자를 기울이는 모습을 상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일반적으로 대폿집은 왁작지껄 하고 분위기도 산만하다.
그런데 쉐막은 그런 대포 집들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깨끗하다. 고급레스토랑과 같은 분위기다. 깔끔한 테이블세팅이 인상적이다.
이 같은 환경을 조성 한 대해 김동교 대표는 “이제는 막걸리 집도 고급스러운 느낌의 인테리어 그리고 고급스런 음식을 제공하는 형태로 바뀌어 가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인 바는 정갈해야 되고 막걸리를 마시는 공간은 시끌버끌 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여겨 이 같은 분위기로 꾸몄습니다.”
빈티지한 느낌의 인테리어만 있다면 진정한 퓨전은 아니다.
쉐막은 젊은이 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에 안주 역시 퓨전으로 개발된 안주들이 대부분이다. 연인들과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실버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가끔은 여성 계꾼들이 모여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현재 퓨전 형태로 개발된 안주가 대략 45 종류란다. 임승현 세이프가 강추한 안주는 ‘숯불목살 양념구이’다. 돼지고기 목살이야 흔히 먹는 식재료인데 목살을 이렇게 맛있게 구웠는지, 비주얼부터가 입맛을 댕긴다. 한 점 입에 넣으면 숯불특유의 불 맛이 확! 난다.
목살 아랫부분에는 부추가 깔려 있어 새콤달콤한 소스로 버무려진 부추와 함께 먹으니 진짜 환상적인 궁합이다.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의 안주를 선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격대는 1만원에서 2만원 전후인데 양이 적지 않아 먹어보고 시캬야지 자칫 남길 수도 있다.
도토리묵 간장 크림 파스타, 돌 문어 샐러드가 16,500원 새우파전은 11,000원이다. 바삭바삭 녹두전은 12,000원, 매콤 부추전, 김치전은 10,000원이다. 노른자 소스 등심육회는 23,000원이다.
임승현 세이프는 “쉐막의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요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백하면서 익숙한 맛을 내는 술안주가 단골 고객을 늘려가는 비결이라는 것이 이 곳 세이프들의 자랑이다.
막걸리는 하얀 연꽃, 인당수, 첫사랑, 러브 황진이 같은 막걸리 칵테일부터 생막걸리 등 다양하다. 신평양조장의 백련 막걸리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두견주, 소곡주 등 여타 양조장에서 빚은 막걸리나 약주술도 판다.
막걸리뿐만 아니라 생맥주, 병맥주, 사케, 증류식 소주 등 다양한 술을 취급하고 있다.
이는 고객들이 단체로 와서 막걸리 말고 다른 술을 주문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구색을 맞추고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김 대표는 “양조장을 하면서 술집까지 하다보면 고객들의 취향을 그때그때 파악할 수 있어 새로운 술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수단으로 고객을 직접 만나는 것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고 했다.
한국인들이 막걸리에 대한 인식은 어딘지 깔끔하지 못하고 텁텁하고 머리 아픈 술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쉐막처럼 빈티지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새로운 안주로 고객을 맞이한다면 얼마든지 고객들로부터 환영받을 여지가 많다고 본다.
술은 분위기도 한 몫 한다. 게다가 맛 좋은 안주가 있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글·사진 김원하 기자> *주변에 맛있는 술·밥집이 있으면 알려주세요(010-2275-4547)